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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ㅍ

원슈/ 사(巳)와 나

너를다알고싶어 2018. 1. 21. 18:46

 

“사(巳)가 돌아왔어.”

 

나는 기분 나쁜 안개가 감도는 창가를 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접한 소식에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안도감을 느끼는 스스로 그 감정에 놀라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바싹 깎은 뒷머리에 돋는 소름이 곁의 신(申)에게 들키지 않기를 빌었다.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사(巳)가 살아있는건 기적이었다.


-

 


뒷골목 거리에서 나고 자라 배울거라고는 똑같이 나뒹구는 것들밖에 없었던 탓에, 이 바닥 생리는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밑바닥의 밑바닥에도 높낮이가 존재해 켜켜히 쌓인 먼지도 서로를 깔아뭉개며 모두 썩어 스러졌다. 나는 조금 달랐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고 주어진 서열의 제물이 되어 가만히 썩어가는 것, 그런 것은 굳이 참지 않았다. 나보다 큰 놈도 내가 갑자기 목을 물어 뜯는 상황에선 맥을 못췄다. 깔아 뭉개는 놈이 있다면 숨통을 물어 뜯었다. 한 번 물어서 놓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하나 하나 물어 숨통을 끝까지 끊고 삼키다 보니 골목은 거리가 되고 거리는 도시가 되어있었다. 무슨 위대한 생각이나 목적의식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내가 꼴리는 대로 살았다.

사(巳)를 만난 것은 내가 조직의 대가리의 눈에 들어 진급한 후 열린 상위 조직원들의 모임에 처음 참석했을 때였다.이름은 커녕 얼굴조차 공개하지 않는 음험한 대가리가 뽑은 놈들은 어떤놈들일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같은 놈들만 우글대는 모임은 틀림없이 재미없고 우중충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 10분 전에는 가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예의조차 무시하고 정시에 회의실로 도달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스물 두개의 눈깔이 나를 향했다. 열명의 남자가 원형 탁자에 둘러 앉아 있었고 한명은 서류를 든 채 서 있었다. 모두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두 개 밖에 남지 않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놈들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건 놈들도 서로 마찬가지였는지 모두 굳은 얼굴로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앞에 놓인 얼음물을 마시며 옆의 마지막 빈 자리를 보고 있었다. 정시에 딱 맞춰온 나보다 늦는 미친놈이 있는 모양이었다. 기울인 얼음잔 너머로 입술에 딱딱한 얼음이 내려앉아 컵을 다시 앞에 놓았다.

오분 쯤이 지나 열린 문으로 마지막 남자가 들어왔다. 특이하게 생겼네, 뭐 그런 감상을 받았던 것 같다. 건방진 얼굴로 조용히 들어온 남자는 내 옆에 앉았다. 독한 항수 냄새가 훅 끼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양에 신경 깨나 쓰는 사람인지 단정하게 반만 넘긴 머리가 요새 티비에나 나오는 사람같았다.

대놓고 열두명이 자기만 쳐다보는데도 눈길하나 주지 않던 남자는 서류를 들고 서있는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올라간 눈꼬리와 입꼬리가 귀엽다가도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서류를 든 남자의 헛기침에도 나는 한참을 대놓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특이해서. 나보다 늦은 미친놈이 희한해서 일 뿐이었다. 희한하고 특이하니까 쳐다보고 싶어서 계속 쳐다봤다. 꼴리는대로.

서류를 든 남자는 자신이 대가리의 대리인이라 소개하고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절대 나이와 본명을 포함한 모든 인적 사항을 공유하지 말 것. 둘째, 서로의 명칭은 지금부터 배당하는 글자로 할 것, 셋 째는 배신의 증거가 확실하다면 자체적으로 하는 제거는 용인된다는 것이었다. 음침한 대가리 새끼의 대가리에서 나올 법한 생각이었다. 그 이후 자세한 장기 목표와 업무 등에 관한 설명 이후 대리인은 둘러앉은 남자들에게 봉투를 하나하나 나눠 주었다.


나는 앞에 놓인 검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안의 종이를 펼치니 개의 그림과 함께 술(戌)이 적혀있었다. 개라니. 대가리가 나를 어떤 개로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술(戌)이 되었다.

“e..?”

옆의 남자는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기울였다. 취하는 표정이나 제스쳐나 발음으로 미루어보건대 한자에 익숙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옆의 남자가 든 종이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코를 흠뻑 적시던 강햔 향은 어느새 후각을 지치게 했는지 더 이상 거슬리지 않았다.

종이에는 뱀의 그림과 巳가 적혀있었다.

“e가 아니고 사. 뱀 사(巳).”

몸을 기울인 탓에 본의아니게 속삭이듯 말하게 되었지만 남자는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내 쪽만이 가까운 거리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남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본 얼굴에 나는 대가리의 네이밍 센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가리가 생각하는 뱀은 유혹의 상징이 큰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술(戌). 도그. 오케이?”

아, 웃는다. 웃기게도 난 목적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 바보같이 따라 웃고만 말았다.

그것이 사(巳)와의 첫 만남이었다.



조직원들의 명칭은 십이간지의 한자들로 총 열두명이었다. 십이지신을 통솔하는 신 흉내라도 내겠다는 것인지, 대가리의 유치한 설정에 코웃음이 나왔다. 모두가 각자의 명칭을 숙지하고 나자 대리인은 같이 움직이도록 배정한 파트너 목록을 넘겼다. 눈은 꼴리는대로 열심히 사(巳)라는 글자 부터 좇기 시작했다. 옆의 글자가 술(戌)이 아닌 신(申)인 것을 확인 하자 마음 한구석이 가려웠다. 아마...나는 실망한 것 같았다. 터덜터덜 눈동자를 굴려 그 후에야 찾은 술(戌) 옆에는 축(丑)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사(巳)가 술(戌) 옆에 있지 않은 이상 큰 의미 있을 것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사(巳)를 보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인데도 말려올라간 입술과 동그란 코끝이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희한한 놈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평소대로 내가 꼴리는대로 하고있는데도 사(巳)를 본 이후의 나는 평소의 나와 아예 다른 사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저항감조차 들지 않고 오히려 유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신(申). 원숭이. 네 짝이네."

"원숭이..."

"내 짝은 축(丑). 소야."

"원숭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싱거운 말에도 웃음이 나와 근처의 놈들이 쳐다보았지만 상관 없었다. 파트너인 축(丑)이 오도록, 사(巳) 가 자신을 부르는 신(申)에게 가는 뒷모습이 멀어질때까지 나는 실실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날 나머지 회의가 끝날때까지 내내 사(巳)를 쳐다보았던 것 같다. 끊임 없이 희한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올라간 입꼬리와 눈꼬리를 정신없이 눈으로 흝어냈다.

회의가 끝나갈 때 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 같던 사(巳)의 고개가 돌아가 눈이 마주 쳤다. 사(巳)는 웃었다. 둥근 입술이 움직여 무언가 단어를 이야기 하는 듯 했지만 알 수 없었다.

달그락. 그 사이 앞에 놓인 물잔의 얼음이 녹아 무너졌다.

 

-

 

우리에게 맡겨진 일들은 하루하루가 만만치 않은 일들로, 머릿속에 가득찼던 사(巳)를 떠올릴 새도 없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축(丑)은 무엇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녀석이었다. 빠르고 정확하고 꼼꼼했다. 파트너로서 함께 일하기엔 최상이었다. 덕분에 나는 주어진 일에 비해서는 덜 고생하며 조직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사(巳)가 생각날때는 축(丑) 덕분에 일의 진행이 빨라져 숨돌릴 틈이 생길 때 였다. 만약 사(巳)와 함께 했다면 생활은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까, 즐거웠을까. 생각 할 때 마다 마음은 가려웠다.

사(巳)를 다시 만나게 된건 두명 단위의 일들이 마무리가 지어져 네명이서 움직일 때가 되었을 때 였다. 다시 열린 회의실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사(巳)의 옆에는 자연스럽게 신(申)이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주도는 주로 축(丑)이 하는 편이었고 간혹 신(申)이 건의를 해 약간의 수정이 이루어지는 정도였다. 축(丑)이야 언제나 꼼꼼하고 주도면밀한 면이 있어 그러려니 했지만 신(申)의 날카로운 지적들은 조금 의외였다. 오며가며 마주친 그는 평소에 모든 것을 다소 관망하는 듯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신(申)과 사(巳)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있는 것이 신경에 거슬려 대충 추임새만 넣고 있었다. 손은 정신사납게 넥타이를 만지작 거리거나 까슬한 뒷목을 오갔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유치하게 견원지간이라도 하겠다는건지. 그래. 사(巳)에 관해서는 난 언제나 유치해졌다. 평소 처럼 꼴리는 대로 살며 유치한 인간이 될지, 아니면 평소의 나를 생각해 마음을 억눌러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축이 우리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는 질문에도 내 눈은 바로 사(巳)를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신(申)과 매번 눈이 마주치고 마는 것이었다.

 

  넷이서 하는 일은 더 위험해졌고 고도의 협력을 요하는 일들이었다. 서로의 신상을 공유하지 않고 배신자의 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야 했다. 그렇게 점점 규칙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아직까지 죽거나 제거된 사람 없이 12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서 조차 나는 사(巳)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었다. 이따금 내 시선을 눈치챈 사(巳)는 눈과 입을 접어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마음을 갉아먹는 미소였다.

  사(巳)는 매일 매일이 마찬가지로 힘든지 최근에는 말끔하게 넘기던 머리도 넘기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간혹 얼굴에는 큰 피멍을 달고 있기도 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신경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언제나 있는 일상임에도 사(巳)의 얼굴만 보이면 눈이 핑핑 돌아갔다. 키도 작지않은 성인 장정이 가련해보이다니 나도 어디가 미쳐버린게 분명했다. 간혹 사(巳)와 접선을 위해 후미진 곳에서 만나야 할 때 주려고 챙긴 초라한 밴드는 언제나 낯이 뜨거워져서 주지 못한 채 안주머니에 수북했다. 그렇게 두둑히 쌓인 밴드가 가슴께로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물건을 회수하는데 쓸데없는 트러블이 생겼던 날이었다. 귀찮아서 대충 위협만 해도 되는 상대였지만 마음 한구석 가려운 느낌이 유난히도 그날은 거슬렸다. 좆도 안되는 상대에게 과하다 싶은 주먹을 한가득 꽂아주고 곤죽을 만들어 놔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씨발, 우중충하던 하늘에서는 얼굴을 아프도록 빗물이 얼굴을 때렸다. 나는 그대로 사(巳)와의 접선 장소로 향했다.

 

"얼굴이 그게 또 뭐야."

"아."

오늘만큼은 마음을 먹었었는데 가지고 있는 밴드의 크기는 사의 얼굴의 상처를 덮기엔 너무나 조악했다. 손을 주머니에 가져가는 대신 사(巳)의 얼굴에 가져다 대고 얼굴을 잡았다. 순순히 얼굴을 내놓는건 대체 무슨 생각일까.  이럴 때 순종적이라니 놈은 역시 희한한 놈이었다. 비에 젖은 손이 얼굴을 따라 내려가 물기가 묻었다. 그리고 사(巳)의 목에 난 이빨자국을 보고 말았다. 내 손이 멈추고 표정을 변한 것을 보고 사(巳)는 대충 이유를 눈치 챈 것 같았다.

"그 새끼야?"

"...말해야 돼?"

"말 해."

"좋아서하는 거 아니야."

사(巳)는 이런 말에 내가 진정하길 바란 것일까? 아니면 나를 자극 하려고? 의도야 어찌 됐건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신(申)에게 가서 배에 칼이라도 꽂을 생각이 들어 달려 나가려는 나를 사(巳)가 온몸으로 붙잡았다. 저 몸을 감싼 비늘도 없는 날 것을 신(申)이 집어삼키는 것을 생각하면 배에 칼을 꽂는 것도 모자랐다. 갑자기 끓어오르는 마음이 내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왜...그러면 왜하는데?!"

"...해야하니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 해야하는 거야."

사(巳)는 무슨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신(申)과 은밀한 관계를 하고 있단 뜻이었다. 의문은 더 커져만 갔다. 사(巳)가 내마음을 갉아먹은 크기와는 반대로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뭘까.

 

"하고싶은 사람은 누군데?"

"....너 라고 해주길 바라는 거지?"

"내가 원하는 대답말고 네가 원하는걸 말해."

"그러면? 달라져?"

사(巳)의 미소는 차가웠다. 나를 말리느라 가슴께에 둘러진 몸에는 온기 없이 미지근 했다.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꼴리는 대로 입술에 입을 가져갔다. 달라지는게 없다면 내가 원하던 대답대로 할 생각이었다. 미지근한 혀를 감아올려 긁자 작은 목소리가 흘렀다. 급하게 입을 벌리다 치아가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가 밖의 빗소리와 섞여 났다. 손을 셔츠 안에 넣어 헤집었다. 신(申)의 손과 입이 일일히 지나쳤을 몸을 닦아내듯 만졌다. 하지만 이내 곧 얽히던 몸짓들이 사그라 들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연히 멀어진 순간에도 사(巳)의 얼굴은 차가웠다. 사(巳)는 입을 열었다.

"홍지수."

그것은 첫날 나를 돌아보고 내던 입모양과 같았다.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런 대답을 원한게 아니었다. 떨리는 손은 참지못하고 사(巳)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쳤다. 킥킥 대는 사(巳)의 얼굴은 우는 것만 같았다.

"미친 새끼..대체 뭔 생각이야."

"말하고 싶었어."

"..왜?"

"너니까."

"......"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사(巳)가 갉아 먹은 마음이 흘러내렸다. 어지러워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구토처럼 내 이름 세글자가 밀려 나올 것 같았다.

"오늘이 아니면 이제 말 할 수 없을거야."

내 이름 세글자를 토해내려는 내 입을 막은건 사(巳)의 입술이었다. 다시금 헤집고 들어온 사(巳)의 혀가 내 정신마저 녹였다. 교미하는 뱀처럼 얽힌 몸을 타고 내 옷의 빗물이 사(巳)를 그렇게 서서히 적셨다.

 

-

 

계획은 실패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을 예상 했기 때문에 최악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용했던 모든 경로와 상황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다른 조직원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축(丑) 은 맞딱트린 차와 추격전을 벌이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닥치는 대로 운전을 해 간신히 모두를 따돌리고 악셀을 밟고있었다. 끊임없이 물어뜯은 아래입술에서 피맛이 나기 시작했다. 차 뒤에서도 피의 냄새가 났다.

"대충 따돌렸으니 바로 병원으로 갈게."

"날 그냥 두고 가."

"..네 목 비틀어버리기 전에 닥쳐."

기침 섞인 사(巳)의 웃음 소리에 나는 더욱 속도를 냈다. 그때 들은 모든 말들이 그제서야 대충 아다리가 맞았다. 비밀 경찰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신(申)을 이용해 정보를 빼돌려 조직의 가장 중요한 일이 성사되려던 순간을 경찰에게 넘긴것이다. 예정된 곳에 경찰이 쫙 깔려있던 광경을 목격하자마자 모든 생각이 이어져 몸을 돌려 사(巳)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바보같이 사(巳)는 총을 맞은 상태였다.  이리저리 다 영악하게 피해갔어야 하는거 아니었나. 원하지도 않는 원숭이같은 작자에게 몸바쳐가며, 자기를 음험하게 핥아대는 개새끼한테 미소를 흘려가며 한 첩자 짓의 결과가 배때지에 구멍이 나는 것이라니. 사(巳)는 영악했지만 충분히 영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한거다. 

자기 이름을 알려주는 스파이와 스파이 본인 보다 더 스파이를 걱정해주는 조폭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차는 좁은 길을 굽이쳐 올라갔다. 곁에 보이는 바다가 넘실거렸다.

"...술(戌)아."

"..........."

"술.."

"전원우야. 내 이름."

드디어 토해낸 내 이름뒤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뒷자리에선 아픔을 삭히느라 들이쉬는 사(巳)의 숨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옆의 차가 갑작스레 들이 받는 바람에 브레이크 급제동을 걸었다. 차는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스치고 겨우 멈췄다. 머리에서 뜨끈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눈으로 흘러 시야 분간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뒷자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사(巳)는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관자 놀이에 차가운 총구가 닿았다.

 

"헛짓거리 할 생각 말고 나와."

신(申)이었다.

 

차에서 끌어내져 눈을 뜰새도 없이 얻어맞았다. 눈앞에서 돌아가는 구둣발의 개수가 한명이 아니었다. 배를 차이고 나자 숨이 멈추고 신물이 나와 헛구역질을 했지만 구둣발들은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왼쪽 눈에 들어간 피 때문에 오른쪽 눈만을 겨우 떴다. 배를 차이지 않으려 비굴하게 개처럼 엎드려서 눈알을 필사적으로 굴려 사(巳)의 행방을 좇았다. 신(申)이 차에서 사(巳)를 꺼내는 손길이 나에게 가해졌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애틋해서 , 나는 안심했다.

신(申) 의 손짓에 나를 짓밟던 구둣발들이 모두 물러났다. 올려다보니 신(申)이 매끈한 얼굴로 웃었다. 대가리가 음험하다는 것은 항상 생각하던 것이지만 조직원들 사이에 숨어들어가 조직원행세라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巳)가 하기 싫어도 해야했던 이유는 신(申)이 신(神)이기 때문이었다. 신(申)의 큰 눈깔이 나를 샅샅이 흝는것을 바라보다 나는 기절했다.

 

  깨어난 이후 들은 이야기로는 곧바로 짭새들이 떴고 사(巳)는 바다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였다. 간부회에서는 사(巳)가 죽었을 것이며 그와 내통한 나를 죽여야한다고 신(申)을 설득했다. 신(申)은 나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굳이 죽이지 않아도 나는 하루하루 죽어가고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개 처럼.

-

 

 

그런 사(巳)가 돌아왔다. 나는 시선을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창가에 두고 신(申)에게 되물었다. 그래?

무표정하던 신(申)이 갑자기 웃으며 이죽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창에 비쳐 보였다.

"역시..개새끼 하나는 잘 들였다니까."

"......"

"사(巳)는 너를 위해 돌아올 생각인거지."

"무슨 병신같은 소릴.."

"아니. 사(巳)는 반드시 올거야."

널 죽이겠다고 소문을 냈거든. 이라는 말과 함께 의식이 흐려졌다.

 

 

-

"원우야."

근처의 사이렌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 앞엔 사(巳)가 가득했다.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볼 새도 없이 이미 나는 사(巳)에게 입맞추고있었다.

"홍지수..지수야.."

처음 불러보는 이름이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사(巳)가 아닌 홍지수의 입속은 뜨거웠기 때문에.

 

 

 

 

 

 

-

 

홍른전력 저수지의 개들로 제출합니다 초특급 지각 ㅠ

개인적으로 저수지의 개들을 참 좋아라해서 꼭 쓰고싶었는데 급전개에 지루하고 참 엉망이라 속상하네요ㅠ 영화에서 조직원들을 색으로 부르던것처럼..7틴은 13명이니까 뭐 비슷한거 없다가 급 십이간지로 네이밍 해부럿슴다..

글은 재미없지만..읽으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7틴 멤버들의 십이간지와..나머지 한명은 절대자내지는 신으로 한번 다른 이야기를 상상 해보시면 재밌어지지 않을까요..(???????????????????)동양판타지도 잇구...이런저런 조직물도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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